기타 [국내] "17년 소록도 생활이 큰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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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씨] "17년 소록도 생활이 큰힘 됩니다"
[속보, 사회] 2003년 07월 03일 (목) 16:48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가장 큰 국립병원인 블랙 라이언병원의내과병동. 입원환자 100여명 가운데 절반은 에이즈 환자다.이 병원 내과병동에는 뜻밖에도 에이즈에 신음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한국인이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이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 강경애(44ㆍ여)씨다.
현지인들에게 에티오피아 말인 암하릭어로 쉴 사이 없이 수다를 떠는 그를 보면 10년 이상 이곳에서 지낸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이곳에 온 지불과 1년 6개월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오기전 국립소록도병원의 약사로 한센병 환자들과 17년을 보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소록도와 결혼한 노처녀’라고 말할 정도로 소록도와 한센병환자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고 그때의 추억을 낯선 땅 에티오피아에서 인내의 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 현지인 간호사들은 “돈을 벌려고 왔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한국에 100만달러짜리 집이 두 채나 있다.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왔을 뿐이다”라고말해줬다.그제서야 간호사들은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물론평생을 봉사로 살아온 그가 집이 두 채나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강씨와 함께 근무했던 소록도 동료들은 강씨를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봉사정신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는 약사로서근무하면서도 소록도에서 한센병환자를 껴안고, 같이 밥 먹고, 맨손으로치료하면서 지냈다.
그는 40년을 한센병환자와 보내 ‘소록도의 테레사’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인 마리안느 스태거(69)와 폴란드인 마가렛 피사렛(68) 수녀의 박애정신을닮고 싶어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는 블랙 라이언병원에서도 에이즈 환자의 진물 나는 상처를 맨손으로 치료한다. 또 그들과 서슴없이 악수하고, 형제처럼 껴앉는다. 이 때문에 이병원 에이즈 환자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반했다. 에이즈가 감기처럼 흔한이곳이지만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심해 가족조차 환자와 직접 접촉하기를꺼리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외도를 하는 남편들이많아 부인이 같이 감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간음하지 말라는 율법은 왜 지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 했다.제주 서귀포가 고향인 강씨는 사춘기 시절인 중학교 3학년때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간호조무사들의 일상을 ‘사슴섬 일기’라는 책을 통해 접하고소록도행을 결심했다. 조선대 약대를 졸업한 1983년 신정식 소록도병원장에게 직접 소록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편지를 썼고 그때부터 소록도는 그의 고향이 됐다.그는 97년 우연한 계기로 베트남의 나환자들을 본 뒤 생활여건이나 의료환경이 좋은 소록도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마음을 굳히고 2000년 사표를 쓴 뒤 한국해외봉사단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팝송 ‘위 아더 월드’의 표지에 나오는 헐벗은 에티오피아 어린이에 끌려 2001년 11월 아디스아바바를 택해 왔다.그는 이 곳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여전히 한센병 환자를 잊지 않았다. 틈틈이 버스로 이틀 거리에 있는 아디스아바바 북쪽 500㎞의 하라르라 지역 나환자촌을 찾고 있다. 한센병 환자 3,000명이 살고 있는 이곳은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전혀 없다. 강씨는 가끔 이곳에 들러 하루 이틀씩 묶으면서환자를 돌보고 있다.그는 최근 마리안느수녀와 마가렛수녀에게 편지를 썼다.
“너무나 보고싶은 마리안느, 마가렛 할머니. 내가 지내는 곳은 매우 더럽고, 좁고, 바퀴벌레마저 우글거리는 곳이지만 낮선 환경과 사람들로부터느끼는 정신적인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극복할 것이고 어려울 때마다 소록도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당신들을 생각할 것입니다.”강씨는 “블랙 라이언 병원 근무기간이 끝나는 11월 이후에는 이곳 나환자촌으로 옮겨 생활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박애’의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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