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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현황 [한겨레신문] AIDS 캄보디아 요양시설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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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80회 작성일 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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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캄보디아 요양시설을 가다 [한겨레 2004-09-10 19:30]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싯푸른 형광빛 아래 침대 위의 그가 간신히 꺼낸 첫 마디는 결국 그랬다. 딸 셋을 둔 어머니 라이 씨낫씨. 겨우 입을 뗀 그는 곧 메마른 어깨를 들썩거렸다. 이미 온몸의 뼈마디가 얇은 살가죽 뒤로 훤히 드러날 만큼 병세는 완연했고 핏기없이 검붉은 피부빛과 버겁게 내쉬는 숨소리를 통해 그가 몹시 힘겨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퀭한 두 눈에서는 한두방울 시린 눈물이 흘렀다. 그는 이제 겨우 서른 넷이다. 끊어질듯 꺼져가는 숨소리 거역할 수없는 운명일까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ency Syndrome). 라이 씨낫은 AIDS 환자다. 6년 전 사망한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천형은 막내딸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위의 두 딸마저 고아원으로 보내져 얼굴 보기도 어렵다. AIDS는 한 가족의 단란했던 삶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말기환자요양시설에서 만난 그는 차분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누구도 원망하지도 않고 고통끝에 먼저 떠난 남편이 오히려 불쌍하다며 두둔하는 모습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여유마저 조심스레 느껴졌다. 생활고에 지쳐 자포자기 심정으로 거리를 헤매다 병에 걸려서는 자신과 아이까지 망가뜨리고 떠난 남편이 밉기도 하련만 내색도 없이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설명> 타믓(69) 할머니는 말기환자인 큰아들이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이자 구호시설을 찾아와 아들을 맡아달라고 애원을 했다. 어미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마루바닥에 앉아 두손을 모은 채 자리를 지켰다.(좌) 알롱깡안 마을에 사는 옥끄란(남.35)과 안(여.31)씨의 형제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약을 나눠주러 온 구호단체 사람들에게 호기심어린 인사를 건넸다. 혹시나 병이 옮길까봐 잘 안아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끔 투정을 부리곤 한다. 30여 명의 여성 에이즈 환자들이 재봉틀을 다루며 분주히 수예품을 만들고 있는 또다른 재활시설에서는 간간히 터지는 웃음소리와 기계음이 섞여 어느 정도의 활기까지 감돌았다. 아직 병세가 깊지 않아 별다른 무리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완성된 수예품을 팔아 생계에 보탬을 주고 있었다. 대부분 에이즈로 남편을 잃고 자신들 역시 병을 지니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일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병세가 깊어져 언제 말기요양시설로 갈지도 모르는 운명이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그들은 비관하지 않고 한뜸 한뜸 천조각에 공을 들이는 정성을 보였다. “이거 하나 만드는데 열흘 쯤 걸려요. 20달러에 팔리지요.” 딸 하나를 둔 쌈 소 피에(36)씨는 자신이 만든 보자기를 들어보이며 은근히 자랑까지 했다. 치명적인 병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는 의연한 용기를 보여줬다. 약물치료에 의해 에이즈균의 진행속도를 더디게 하는 정도의 치료밖에 받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이 정도의 혜택조차 받지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 상황에서 그나마 선택(?)받은 것에 감사해한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마을 짬짜오에 있는 또다른 보호시설엔 50여 명의 어린이 AIDS환자들이 보호의 손길을 받고 있다. 병세가 심각한 일부 어린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부모로부터 에이즈균을 물려받아 태어난 이곳 아이들은 찢어지는 가난과 굶주림에 방치되다가 겨우 이곳에 들어와 끊어질듯했던 삶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로 잃었던 웃음을 찾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몸에 들어있는 무서운 병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에 여느 아이들 못지않은 미소로 답을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 역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프놈펜 인근의 대표적인 빈민마을인 알롱깡안에는 병원이나 구호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서 투병중인 에이즈환자들이 80여 명에 이른다. 턱없이 부족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나마 구호단체에서 전해주는 약품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이런 작은 혜택에도 깊이 감사하며 고마운 눈빛을 잃지 않았다. <사진설명> 이 환자는 몹시 힘들어했다. 십자가 아래 자신의 침대에 기대어 한동안 미동조차 않더니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창밖 날씨는 너무 따뜻했고 잠시 뒤 그는 볕을 쬐고 싶다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방을 나섰다.(좌) 짬랑은 태어난 지 6개월 된 말기에이즈 환자다.점심시간 뒤 달콤한 낮잠도 즐기지 않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마치 조금이라도 더 세상빛을 살펴보려는 듯 짬랑은 가끔 쉰목소리로 소리를 내면서 주변을 살폈다. 환자들 다수가 별다른 치료조차 받지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는 캄보디아의 에이즈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구호기관들이 긴급히 나서 구호활동을 펴고는 있지만 정작 캄보디아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재앙을 거의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의 지난해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AIDS 환자는 4천여 만명에 이른다. 캄보디아의 경우 파악된 환자만 대략 20여 만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향후 5년 내에 어린이에이즈환자가 15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백만명이 학살된 폴포트정권의 압제와 불안한 정치상황에 의한 내전등을 거치며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가 또다른 난관에 부딪혀 소리없이 멍들어가고 있다. 프놈펜/사진.글/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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