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경향신문] [여적]‘고추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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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고추장갑’
[경향신문 2004-10-06 19:00]
이집트 벽화에 콘돔을 차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등장할 만큼 콘돔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곤충으로부터 보호, 사회적 지위의 상징, 출산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부적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돔이나 유사한 장치를 착용했던 것으로 전해져 목적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본격적인 콘돔 사용의 목적은 역시 성병 예방에 있었다. 이탈리아 해부학자 팔로피오는 1564년에 펴낸 저서에서 리넨천으로 만든 콘돔과 비슷한 장치의 사용방법에 관해 자세히 기술하면서 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1700년대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양의 콘돔이 성병을 예방하려는 매춘부를 주고객으로 상품화됐다.
피임 목적은 그 뒤의 일이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닥치는 대로 여자를 섭렵하여 서자와 사생아를 줄이어 출생시킨 호색가였던 모양이다. 보다못한 담당의사 콘돔 경이 사생아의 출현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콘돔’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됐다는 설이다. 바람둥이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카사노바는 숱한 여자와 상대하면서도 단 한 명에게도 임신을 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황금구슬’ 등 다양한 피임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로 사용한 피임법은 역시 콘돔이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TV공익광고에 이어 콘돔의 우리말 이름 공모에 아이디어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선뜻 입에 담기 쑥스러워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지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벌써 5,000여건이 넘는 이름이 응모될 만큼 폭발적이다.
‘고추장갑’ ‘고깔모자’ ‘버섯돌이’ ‘고추싸개’ ‘똘똘이 코트’ ‘똘이장군’ 등 남자 성기를 연상시키는 이름들이 눈에 띄었고, ‘씨받이’ ‘안전돔’ ‘올챙이받이’ ‘안심이’ ‘지킴이’ 등 콘돔의 본기능에 충실한 이름, 사랑하는 사람과 안전하게 섹스하자는 의미인 ‘러브캡’ ‘사랑주머니’ ‘사랑돔’ 등 가지각색이라고 한다. 이런 열띤 호응이 국내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한 콘돔 사용 캠페인에서도 실효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윤흥인 논설위원 in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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