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인 [조선일보] 에이즈 외국인 추방 禍만 키운다
페이지 정보
본문
에이즈 외국인 추방 禍만 키운다
관련법따라 무차별로… 입국도 금지
검사·신고 피하고 인권침해 소지도
이용수기자 hejsue@chosun.com
입력 : 2004.10.04 19:59 20'
정부가 그동안 에이즈에 감염된 주한(駐韓) 외국인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추방정책으로 일관, 감염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감염사실을 더욱 숨기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유필우(柳弼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에이즈 감염 외국인은 총 387명으로 이 중 329명이 우리나라를 떠났다. 올해 들어서만 6월 현재 82명의 외국인 감염자가 발견됐으며, 이 중 54명이 출국(조사 중 20명, 소재불명 3명 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반강제로 우리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출입국관리법 때문. 이 법은 에이즈 감염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체류 외국인의 에이즈 감염사실이 발견되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체류외국인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쁘다. 이들은 거주지가 불분명하거나 연락이 닿기 힘든 경우가 많아 회사를 통해 감염사실을 통보받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즈 감염사실은 본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극히 사적인 정보이므로 법에서는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두고 제3자가 감염사실을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출입국관리국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고 에이즈 감염자의 격리는 국가의 의무”라며 “법에 따라 추방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보다도 그들이 한국에 남아있을 때 국민에게 미칠 보건상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와 같은 무차별 추방정책을 쓰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추방정책이 오히려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에이즈 검사를 주저하게 하고 감염사실을 숨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필우 의원은 “감염 외국인에게 응급치료도 해주고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여유를 가지고 자발적인 출국을 할 수 있게끔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추방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 인권침해 문제의 발생을 막기 위해 유엔인권위원회의 에이즈환자 출입국 권고사항을 참고하고, 체류외국인들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 NGO전문병원의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전글[경향신문] [여적]‘고추장갑’ 04.10.07
- 다음글[연합뉴스] <중국 콘돔 사용하지 마세요..대부분 불량품> 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