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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한겨레21] 콘돔이 베트남을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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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16회 작성일 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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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이 베트남을 구원하리라 [한겨레21 2004-09-08 14:39] [한겨레] “하루 47명 감염”에이즈와 싸우는 전쟁터… 북부 하노이에서 남부 호치민까지 현지 종단르포 ▣ 하노이·하이퐁·다낭·나짱·호치민=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베트남은 에이즈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에이즈 예방 포스터가 붙어 있고, 공공건물 화장실에는 콘돔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경제개방(도이모이) 이후 시작된 빠른 에이즈 확산으로 에이즈 예방 사업은 베트남의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2003년 말 현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반응자는 7만6180명, 에이즈 환자는 1만1659명, 사망자는 6550명이다. 2003년 한해 감염인만 1만6980명. 2002년에 비해 감염률이 11% 증가했다. 베트남 에이즈 전문가는 “하루 47명꼴로 감염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1990년 12월 호치민에서 첫 HIV 양성반응자가 발견됐고, 1998년께부터 베트남 전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이 수치도 ‘공식’ 통계일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양성반응자를 16만~3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과 보건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에이즈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에이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호치민엔 ‘에이즈 고아원’이 있을 정도 베트남의 에이즈 문제는 현재형이면서 미래형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2010년에는 35만명의 HIV 감염인, 7만1천명의 에이즈 환자, 6만200명의 에이즈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인구 대비 0.1%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지만, 빠른 확산 속도는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베트남 정부와 국제기구는 2010년까지 감염률을 0.3%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일하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사하라 이남이나 타이의 경우를 보면, 일단 감염률 0.5%를 넘어서면 폭발적으로 에이즈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에이즈 예방이 효과적이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젊은층의 높은 감염률은 베트남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인 중 10~29살의 비율은 무려 70%에 달한다. 감염인 중 10~19살 청소년의 비율도 8%를 차지한다. HIV 감염인이 인구의 15~20%에 달해 에이즈로 한 세대가 ‘사라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에이즈 확산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평균 수명이 단축되고 노동력 수급의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베트남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8월5일 베트남 북부의 하이퐁시에 도착했다. 하이퐁시는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감염률이 높은 지역이다. 구옌 반 비 하이퐁 보건센터 소장은 “공장지대여서 이주민이 많은데다가 관광객까지 많이 찾아와 감염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감염률이 가장 높은 광린성이 바로 이웃에 위치해 있다. 같은 날 오후, 하이퐁의 보건센터에서 30여명의 청소년이 에이즈 예방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 도중 청바지 차림의 청년이 나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회자가 HIV 양성반응자라고 소개했다. 응웬(가명·29)은 “에이즈 예방교육을 잘 받아서 저처럼 에이즈에 걸리지 마라고 말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응옌은 1996년부터 마약을 시작했고, 98년 마약 주사기를 통해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HIV 양성반응자가 사용한 마약 주사기를 소독하지 않고 돌려쓰다가 HIV에 감염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HIV 양성반응자 중 60%는 마약 주사기를 통해 HIV에 감염됐다. 보건센터의 벽에는 마약 주사기를 소독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마약 주사기를 통한 에이즈 감염을 저지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안간힘’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감염자 중 2%만이 치료제 복용 베트남 정부는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다. 마약 중독자의 70%가 청소년이라는 통계도 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마약 주사기가 학교 주변의 쓰레기통에서도 쉽게 발견될 정도라고 한다. 베트남 북부는 유명한 마약산지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과 가까워 마약을 구하기가 쉽고, 마약 가격도 매우 싸다. 마약 중독은 마약 주사기를 통한 에이즈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응웬은 에이즈에 감염되기 전 에이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마약 주사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최근 5곳의 산악지역과 국경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6.3%만이 콘돔 사용 등 HIV 예방법을 알고 있다. 예방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에이즈 감염은 확산되고 있다. 초기 HIV 양성반응자는 광린, 하이퐁 등 북부 지역과 하노이, 호치민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점차 대도시에서 농촌지역으로, 마약 주사기로 인한 감염에서 성관계를 통한 감염으로 확산 양상이 바뀌고 있다. 에이즈에 감염된 어머니를 통해 태아가 감염되는 수직감염도 늘고 있다. 호치민시에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모아 키우는 에이즈 고아원이 있을 정도다. 마약 주사기를 통한 감염은 점차 성관계를 통해 가족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같은 날 오후 하이퐁시에서 만난 베트남 여성 디엔(가명·35)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난히 검고 큰 눈망울을 가진 디엔은 2001년 HIV 감염 사실을 알았다.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입원한 뒤 피검사를 받으면서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마약중독자인 디엔의 남편도 HIV 양성반응이 나왔다. 마약 주사기를 통해 HIV에 감염된 남편이 부인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감염 사실을 알게 된 뒤 남편은 시부모에게, 디엔은 친정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다. 친정부모가 달마다 받는 60만동(약 5만원)의 연금이 디엔과 아이의 생명줄이다. 디엔은 식당에서 나오는 수건을 세탁하는 일을 하지만 그나마 몸이 아파 자주 쉬어야 한다. 하지만 디엔은 자기 몸을 돌볼 틈도 없다. 세살배기 아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아직 에이즈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디엔은 “아이의 약값이라도 벌고 싶지만 아이가 아파서 일할 여유조차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든 형편에 에이즈약을 복용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베트남의 감염인 중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약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생산한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기 위해서는 한해 8천달러가 필요하다. 타이를 통해 수입되는 복제약을 사는데도 한해 297달러가 든다. 연간 국민소득이 500달러에 못 미치는 베트남의 경제 수준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양성반응자들이 저소득층이어서 약값에 대한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디엔도, 응웬도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기는커녕 합병증이 생겨도 병원에 가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베트남 정부의 열악한 재정 형편으로는 에이즈 치료제와 에이즈 합병증에 대한 지원을 할 여력이 없다. 북부는 마약, 남부는 성관계가 주원인 이날 오후 하이퐁의 ‘비엣 티엣’ 병원에는 에이즈 환자들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에이즈 전문병원이라고 하지만, 병실 서너개를 에이즈 환자들에게 내어주고 있을 뿐이다. 베트남에는 전국적으로 8곳의 에이즈 전문병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전문병원의 실정도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날 에이즈 병실에는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 병실에서는 갓 20대를 넘은 듯한 청년이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눈만 껌벅이며 병상에 누워 있었다. 다른 병실에는 젊은 여성이 취재진을 외면한 채 뒤돌아서 손거울만 보고 있었다. 이 병원에 입원한 절대 다수의 환자들도 값비싼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대략 하루 2만동(1600원)이 드는 병원비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그저 에이즈 합병증에 대한 치료가 대부분이다. 2004년 상반기 이 병원에서만 219명이 입원해서 29명이 사망했다. HIV에 걸린 베트남인의 생존 기간은 평균 7년이다.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는 서구의 HIV 양성반응자가 평균 20년가량을 사는 데 비해 매우 짧은 생존 기간이다. 서구에서는 에이즈가 ‘관리 가능한 병’ 혹은 ‘만성병’으로 바뀌고 있지만, 제3세계에서는 여전히 죽음의 병으로 남아 있다. 8월7일에는 베트남 중부지방의 도시인 다낭을 방문했다. 이어 9일에는 중남부의 나짱시의 에이즈 사업을 둘러보았다. 베트남의 에이즈 문제는 지역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북부 지역이 마약으로 인한 감염 비율이 높은 반면, 남부는 성관계를 통한 감염 비율이 높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통로가 됐다. 메콩강 유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콩강은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캄보디아 등을 거쳐 베트남 남부지역으로 흘러든다. 부시 정부의 지원을 거절한 이유 에이즈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방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베트남 정부도 에이즈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예방사업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04년 3월부터 콘돔과 마약 주사기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매춘 여성과 마약 중독자가 집중 배포 대상이다. 올해 콘돔 3천만개를 배포했고, 내년에 7천만개를 배포할 계획이다. 인도차이나의 이웃 나라인 타이는 무료 콘돔 배포로 에이즈 확산을 저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베트남 정부는 청소년보건센터, 공중화장실 등에 콘돔 자판기도 설치했다. 이 자판기를 통해 콘돔을 손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유엔인구기금(UNFPA)의 팜 구옌 방은 “여전히 보수적인 성관념 때문에 젊은이들이 콘돔을 구입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에이즈 예방 프로젝트에 200억동(약 16억원)를 사용했고, 올해는 800억동(65억원)을 책정해두었다. 하지만 인구 8100만여명, HIV 양성반응자 8만여명(2004년 추정치)의 베트남의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에이즈예방사업을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재원이 부족하다(상자기사 참조). 부시 정부는 베트남 에이즈 사업에 7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낙태 금지를 전제로 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는 사실상 순결 교육을 원조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부시 정부의 ABC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 장관을 역임한 팜 송 베트남가족계획협회(VINAFPA) 회장은 “한국이 에이즈 예방사업, 특히 여성과 청소년의 에이즈 예방교육에 지원해주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또 “베트남의 수자원과 에이즈, 각종 전염병 예방사업에 기부하는 기업에는 사업을 할 때 서류 절차를 간편하게 해주고, 일부 세금을 감면하는 혜택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에이즈 전쟁에 한국이 ‘참전’해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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