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오물·악취 속 폐품이 어린 남매가장의 생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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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악취 속 폐품이 어린 남매가장의 생명선
● 뭄바이 쓰레기장 아이들
하루내 쓰레기 뒤져 1000여원 벌이 “에이즈에 뺏긴 아빠… 이젠 안 울어”
특별취재팀
오전 내내 뭄바이(Mumbai)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아무리 험한 넝마주이 아이들이라지만 이런 날씨를 견딜 수 있을까. 지난 3일 숙소에서 차를 타고 고반디 데오나르(Deonar) 쓰레기장으로 향하면서 마음을 옥죄던 걱정이었다.
도심을 벗어나 북쪽 외곽으로 30분쯤 달렸다. 고반디 데오나르. 시 최대 규모라더니 말 그대로 폐품더미가 산을 이뤘다. 생활쓰레기에서 병원 붕대까지 1800만 인구가 쓰다 버린 물건들이 매일 쌓이는 곳이다. 그 기슭에 7만5000명이 사는 빈민촌이 둥지를 틀었다. 데오나르에 사는 아이들은 오물과 악취 속에서 태어나 오물을 밟고 걸음마를 배우고, 온몸 가득 악취를 뒤집어쓰며 키를 키운다. 그리고 돈을 번다.
비가 잦아들었다. 쓰레기 언덕 사이로 여기저기에서 작은 몸뚱아리들이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재미난 걸 봤는지 깔깔대는 소리도 들린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고개를 돌린 순간 저쪽에서 자그마한 남녀 아이가 자기 덩치만한 부대자루를 이고 지고서 다가왔다. 여자 아이는 신발도 없다. 때에 절어 오렌지색 줄무늬가 얼룩처럼 보이는 셔츠 차림의 소년은 이방인을 보자 씨익 웃었다. 소녀는 그 뒤로 숨었다. 소년 이름은 무커달(10). 뒤에 숨은 누나는 파르빈(11)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남매다. 곧장 쓰러질 듯한 천막집으로 향한 두 꼬마는 자루를 풀어 헤치고 물건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페트병 1㎏이면 10루피(약 230원), 유리는 1루피…. 간혹 문짝에 달린 구리 손잡이라도 걸리면 운수대통이다. 아주 가끔은 버려진 시신 손가락에서 반지를 건질 때도 있다고 했다.
▲ 뭄바이 고반디 데오나르 쓰레기장에서 만난 아이들. 무커달(오른쪽)과 친구, 그리고 누나 파르빈(동생 뒤에 숨어있음)은 자기 몸만한 자루 가득 폐품을 주웠다. /전병근 기자
꼬마들 소리에 천막에서 70대 노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버지다. 성장한 36세 장남은 도시로 나갔다. 아이들 엄마는 천식을 앓고 있다. 노인은 “지금은 이 꼬마들이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며 민망한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곳 아이들 처지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부모들은 북쪽 지방에서 가난에 밀려 쓰레기장으로 떠내려 왔다. 딱히 배운 것, 가진 것도 없어 주로 도시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를 주워 입에 풀칠을 한다. ‘인도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말한다지만 이곳 아이들 눈에는 쓰레기더미가 좀 더 커졌을 뿐이다. 살갗에 닿기만 해도 병이 옮을 것만 같은 쓰레기 늪을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녔다. 천식이며 각종 피부병을 피할 수 없다. 일하다 다치고 병들어 약 사먹느라 빚을 지고, 다시 그 빚을 갚느라 험한 일터로 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다른 소녀 넝마주이 파르자나(Farzana·14)는 아빠가 6년 전 에이즈로 눈감으면서 억척 가장이 됐다. 엄마도 편찮아 2년 반 전부터는 살림까지 도맡았다. 이런저런 약값으로만 빚이 5000루피. 하루 평균 50루피의 생활비를 손에 쥐려면 아침 일찍 나서서 해질녘까지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가끔 먼저 가신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젠 울지 않을 만큼 컸어요.” 소녀가 의젓하게 말했다. 소원은? “케이블 유료채널이나 맘껏 봤으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파르자나가 손에 차고 있던 시계를 자랑했다. ‘일터’에서 건진 시계라고 했다. 시계 유리는 금이 가 있었고, 초침은 움직이지 않았다. 비는 오락가락했다. 날씨를 살피던 소녀가 다시 집을 나섰다. “하루만 쉬어도 생활비에 적자가 쌓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일은 나가야 해요.” 소녀는 어느새 다시 어른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도우려면… ‘캄보디아 매춘소녀’ 보도 이후 후원자 3배로 늘어
지난번 캄보디아의 어린 매춘녀 몽(8월 3일자 A16면) 보도 이후 9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무려 888명의 독자께서 후원을 약정하고 후원금을 기탁했습니다. 유니세프 한국사무소는 “휴가철인데도 평소의 세 배에 가까운 후원자가 생겼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그 뜨거운 손길을 이번에는 문니스와리에게 내밀어주십시오. 하루 20루피(460원)를 벌기 위해 아이들이 성냥공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학교는 잊은 지 오래입니다. 맏언니로 묵묵히 성냥을 만들던 문니스와리는 끝내 지옥 같은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극약을 들이켰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소녀의 눈동자는 겁에 질려 있습니다.
인도에는 1000만명이 넘는 문니스와리들이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쓰레기장을 뒤지며 동생과 부모 밥값을 버는 뭄바이의 소녀들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유니세프에 기탁하신 후원금은 인도 어린이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프로그램에 사용됩니다. 세상을 밝게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유니세프 홈페이지 www.unicef.or.kr
▶문의 (02)723-8215, (080)733-7979 ▶ARS전화 (060)7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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