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인 다문화 열린사회] “HIV감염 외국인 강제출국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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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열린사회] “HIV감염 외국인 강제출국은 부당”
인권위“과도한 인권침해”첫 판결… 차별관행 제동 주목
법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HIV 감염 외국인에 대한 출국명령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에이즈가 일상 생활에서는 전염되지 않음에도 에이즈에 감염된 외국인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강제 출국 조치를 내리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계 중국인 허모(34) 씨는 지난 2007년 3월 21일 한국 국적인 어머니의 초청으로 국내에 입국해 머물던 중 5월 3일 건강검진에서 HIV항체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이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다음날 바로 허씨에 대한 출국명령을 내렸다. ‘전염병 환자 및 기타 공중위생상 위해를 미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것이다. 이에 허씨는 출국명령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16일 허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이에 앞서 지난달 3일 허씨에 대한 출국명령이 ‘외국인으로서의 국내 거주권과 병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에이즈가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전염이 되지 않는데다 국제인권기준에 비춰 이미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에이즈 감염자라는 이유로 출국명령을 내리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것이었다.
인권위는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없애고,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시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인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된 외국인 647명 가운데 521명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을 떠났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를 포함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56명이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