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우리를 지키는 HIV 건강 검진전문의 칼럼 시리즈 (1) 편집자주: 알아야 힘! 아이샵은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HIV/AIDS 질환 정보 제공을 위해 세 분의 전문의가 쓰신 칼럼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HIV/AIDS 질환에 대한 최신 정보, 검진의 중요성 및 방법, 최신 치료 현황 등 우리의 행복한 라이프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나, 너, 우리를 지키는 HIV 정기 검진 최준용 교수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HIV 검진을 꼭 해야 하나요? 감염 됐어도 어차피 달라질 건 없는데, 알고나서 괴롭게 사느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 아닌가요?” 가끔 HIV 검진을 회피하는 동성애자 분들이 있다. 하지만 답은 확고하다. 감염경로에 노출된 동성애자일수록 HIV 검진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감염 사실을 더 빨리 알고 치료를 더 빨리 시작할수록, 신체적 심리적으로도 ‘괴롭지 않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HIV와 AIDS 용어는 혼동하기 쉬운데, 둘은 다르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는 병원체다. 혈중 바이러스 농도를 의미하는 HIV RNA 수치가 높아질수록 면역세포 수가 크게 줄어들어 기회감염과 악성종양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이르게 된다. 20년 전, 사망 하루 전날 HIV 감염 사실을 고백한 록그룹 퀸의 보컬 故 프레디 머큐리. 비슷한 시기에 HIV 감염 때문에 은퇴했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대외 활동 중인 농구스타 매직 존슨.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치료 여부다. HIV 감염 후 한 사람은 면역 체계가 파괴되어 AIDS 환자로서 죽음에 이르렀고, 다른 한 사람은 적절한 치료로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면역 수준을 유지해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유력 의학저널(NEJM)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년 늙을 때마다 기회 감염 및 사망 위험이 1.5배씩 높아지는데, HIV 바이러스 수치가 억제되지 못하면 그 위험도가 4.1배 높아진다고 한다. 즉, 감염 후 치료 없이 방치한다면 30년 늙어버렸을 때와 같아진다는 말이다. 현대 의학과 치료법의 혁신으로, 이제 더 이상 HIV 감염은 AIDS 또는 죽음과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지난해 9월 ‘2012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발표하며 “이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HIV 질환은 진단도 치료도 보다 쉬워졌다. 간단한 구강점막검사 혹은 혈액검사로 20~30분 만에 감염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감염이 됐다 해도 적절한 치료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면 AIDS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30알도 넘는 알약을 매일 힘들게 먹어야 했지만, 지금은 하루 한 번, 딱 한 알의 약만 먹을 수 있는 시대다. 때문에, 본인의 감염 사실을 빨리 알고 치료만 잘 받으면 감염인 스스로의 면역 기능도 보존하고 전염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그래서 HIV 치료목표는 혈중 HIV 수치를 50 copies/ML 이하 즉, 바이러스가 검출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낮추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찍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감염경로에 노출된 동성애자 중에는 정기적으로 HIV 검진을 하는 분들이 적은 것 같다. 오히려 HIV/AIDS에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HIV/AIDS에 대한 과소 평가다. 일부는 HIV 감염이 웬만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확률적으로 감염의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나는 HIV에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HIV 유병률은 낮다. 그러나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는 HIV 감염 위험이 높은 그룹임이 분명하다. 또한, 진단된 HIV 감염인의 수는 적지만, 진단받지 않은 많은 감염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병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낮은 유병율은 조만간 매우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동성애자 대상으로 한 HIV 검진사업에서 양성 판정 비율은 약 5%에 달했다고 한다. 검진 받는 17명 중 1명이 감염인이었단 얘기다. 적지 않은 숫자다. 때문에 HIV 감염의 확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른 하나는, HIV/AIDS에 대한 과대 공포다. 일반적으로 아직까지도 이 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오해, 편견이 존재한다. 일부 동성애자들은 검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거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감염은 곧 삶의 끝이라는 공포로 아예 확인하기 싫어한다고도 한다. 감염이 됐다고 하더라도, 매일 꾸준하게 약을 잘 복용하고 바이러스 수치를 현존하는 검사방법으로 검출되지 않을 만큼 성공적으로 낮추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확률은 매우 낮아 진다. 감염이나 전염에 대한 과다한 공포를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과도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질병이지만,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HIV 감염에 대한 공포가 생기는 더 큰 이유가 된다. 낙인과 편견. 이의 극복은 우리나라 HIV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 뿐 아니라, 여러 민간 단체, 의료계, 정부, 언론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정기적인 HIV 검진을 통해 감염 사실을 빨리 알고, 적절한 치료만 잘 받으면 평생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에, 감염경로에 노출된 동성애자는 매년 정기적인 HIV 검진을 받도록 권유한다. 하루 빨리 마음의 불안, 공포 혹은 오해를 털어내고 정기적인 HIV 검진을 받아, 감염이 되지 않았다면 예방 행동에 힘쓰고, 감염이 됐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힘쓰길 기대해본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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