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iSHAP 동료홍보요원 박○○
iSHAP에서 에이즈 관련 활동한지 벌써 5년의 시간이 되었다. iSHAP 초창기때부터 활동하였으니 iSHAP과 역사를 같이 하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지방의 업소를 다니면서 콘돔배포 및 캠페인도 하고 틈틈이 에이즈에 대한 교육도 하고 그렇게 조금이나마 내가 배운 것에 대해 나누는 일에 동참하곤 하였다. 남들보다는 조금 더 알기에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르게 잡아주고 새로운 정보를 주는 일은 늘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하였다.
이반들에 에이즈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면서도 말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워한다. 마치 에이즈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내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라고 말하는 것 인양 생각하는지 너무 쉬쉬하고는 말하기를 꺼려한다. 이에 우리는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이컨의 말처럼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인 것이다. 알아야만 HIV로부터 내 몸을 보호할 수도 있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가 없을 경우에는 iSHAP이나 기타 에이즈 민간단체 상담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최소한 이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HIV에 대한 옳지 않은 정보가 아닌 검증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다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는 일이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나누는 주제가 바로 “에이즈”에 대한 주제였다. 유심히 귀를 기울여보니 오가는 얘기들도 어느 정도 올바른 지식이 들어간 그런 대화들이기에 괜히 뿌듯함을 느끼곤 하였다.
국가인원위원회 2005년 HIV/AIDS 감염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에이즈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것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들고 있으며 또한 에이즈 감염인들의 연간 자살 사망률은 일반 국민들보다 평균 10배 이상 높다고 보고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봐도 질병을 앓게 되었다고 해서 사회적 죽임을 당하는 질병의 으뜸은 AIDS 일 것이다. 아마도 에이즈가 성과 관련이 있는 질병이고 또 완치제가 아직 나와 있지 않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그 어떤 질병보다도 예방하기 쉬운 질병 역시 AIDS 이기도 하다. 아직 그 흔한 감기의 경우에는 감염경로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AIDS의 경우에는 감염경로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어 주의만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와 결부되어 우리 동성애자들이 언론을 비롯하여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심지어 미국에서 처음 AIDS가 발견되었을 때 AIDS를 게이암(Gay Cancer)이라고 불리며 AIDS는 동성애자들만 걸리는 그런 질병으로 치부하기도 하였다. 그 후 미국의 동성애자 단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Safer Sex를 하도록 하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AIDS에 대한 문제를 쉬쉬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먼저 나서서 알고자 하고 또 실천을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감염인은 지금 이 순간 감염인의 복지와 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을 에이즈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06년 신규감염인의 통계를 보면 484명의 신규 감염인중 일반 남성의 비율은 228명(47.1%)이고 이반 남성은 210명(43.4%)임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비율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일반과 이반의 비율만 생각해 보더라도 에이즈에서 이반들 역시 자유스럽지 못하고 그만큼 위험에 노출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2006년 이반시티에서 1,506명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 현황을 물어보는 설문조사에서 평생 한 번도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다 대답한 결과가 807명으로 무려 53.6%나 차지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이반들이 그만큼 에이즈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 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에이즈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또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의 복지와 인권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조금씩 에이즈에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은 우리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