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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모르는게 죄, 아는게 힘

관리자 | 2007.12.10 04:44 | hit. 10291 | 공감 0 | 비공감 0

모르는 게 죄, 아는 게 힘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간사

박기호


모르는게 약이다와 아는게 힘이다라는 속담과 변형되어 쓰이는 말로 모르는게 죄라거나 아는게 병이라는 말도 있다. 아마도 게이 커뮤니티에서 에이즈와 에이즈 감염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대로 표현하는 문구가 아닐까?


모르는게 약이 아니라 모르는건 죄이다


나에게 있어 에이즈는 내가 어렸다고 생각되었던, 고등학교 시절, 1985년 록 허드슨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한때 지배했던(?) 미국, 그리고 그 미국 남성을 상징했던 영화배우 록 허드슨의 죽음이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이었다는 것과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내 주변의 이들에게는-그 당시 주로 선생님들-큰 충격이었나 보다. 일주일 동안 그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늘이 마지막 내린 천형(天刑)이니 20세기의 일사병이니, 더러운 동성연애자들만 걸린다는니.. 이런 말들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 때 주워들었던 에이즈와 관련한 말(그 당시에는 지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들이 한 동안, 아니 거의 20대 후반까지도 내가 아는 에이즈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다. 물론 그 후로 서울퀴어영화제나 퀴어문화축제, 그리고 iSHAP등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 있었고, 더불어 제1회 레드리본 페스티벌에서 영화제도 준비 할 수 있었다. 내가 에이즈에 대하여 제대로, 그리고 정확히 알게 된 시점은 에이즈에 대하여 처음 들었던 그 시기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흐르고 난 다음이었다. 그렇지만 2008년이 코앞인 지금도 많은 이들은 여전한 오해속에서 에이즈를 기억한다. 에이즈에 대하여 정확이 알기 보다는 에이즈자체를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난잡한 이들, 남성동성애자들만 이용하는 사우나나 찜방등에서 마구 잡이로 섹스 하는 것들만 감염되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는게 병! 아니 아니 아는게 힘이다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시간동안, 나나 다른이들이 에이즈에 대하여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에이즈에 대하여 정확히 알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에이즈가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 미국사회의 오판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이즈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죽어가자 미국사회는 그것을 난잡한 성행위를 일삼는 남성동성애자들만이 감염되는 ‘게이암’이라 하였다.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중 성행위만 조심하면 될 것처럼 말하면서, 이성애자들과 난잡한 성행위를 하지 않는 이들은 안전하다는 그릇된 정보를 흘렸다. 그래서인지 한때 한국에서도 동성애자들만이 감염되는 질병으로 인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물론 지금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에이즈발병은 아마도 매우 사적인 성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난잡하지 않으니 괜찮을거야, 내 주변사람들은 아닐거야 라는 생각으로 성행위만 조심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일지도 모른다. 이제 에이즈는 그 질병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해 만들어놓은 많은 사회적 편견(偏見)들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이즈에 대하여 올바르게 알지 않고 여전한 편견속에 둔다면 언제든 에이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더 많은 이들이 감염될 위기에 처했으면, 그런 오해들로 미처 대처하지 못한 에이즈감염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에이즈라는 질병과 더불어 에이즈 감염인을 함께 생각해야 하며 에이즈를 죽음에 이르는 천형(天刑)에서 만성질환으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전염병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재미나고 신나는 게이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사회와 국가가 만들어 놓은 편견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에이즈 감염인들을 위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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