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서] I have AIDS. Hug me please..I Have AIDS. Hug Me Please.
HIV/AIDS 감염인/환자를 위한 모임 러브포원 박 광 서
요즘 인터넷에는 온통 Free Hug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2년전 즈음에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후안 만이라는 청년으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네티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혀를 차며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살을 맞대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 그의 진심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곧 그를 향해 팔을 벌렸다.
2006년 10월 서울의 한 거리에서 우리는 “무료로 안아드립니다” 라는 피켓을 든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열린 “Free Hug” 캠페인은 인터넷을 통하여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 뜨겁게 포옹하였다. 비록 용기가 없어 포옹은 하지 못하더라도 그를 향해 웃어주는 눈빛과 인사만으로도 아직 세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인터넷에 뜬 동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I Have AIDS. Hug Me Please.” 라고 피켓에 글을 쓰고 지금처럼 서울의 거리를 나간다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도 에이즈하면 더러운 병이고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감염되는 병인줄 아는 일반 시민들이 과연 몇 명이나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첫 에이즈 감염인이 발견된 지 벌써 25여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 많은 감염인, 의료인, 그리고 많은 분들이 감염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노력을 해왔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두 번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감염인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리 감염인들에게 늘 문제가 되어 오고 있는 병원 진료에서의 차별과 행정적 문제들,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기보다는 대다수 비감염인들의 예방을 위하여 만들어진 비인권적인 에이즈예방법, 직장내 건강검진에서 본인의 동의없이 행해지고 회사에 통보되는 HIV 검사, 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 등 수 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산적해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HIV/AIDS 감염인/환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다수의 감염인들은 대국민 홍보가 되어 감염인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편견과 차별의 문제도 국민들의 AIDS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 저절로 해소되리라 생각된다. 그 모든 것은 인식의 전환이 문제인 것이다.
나는 지금 2003년부터 진행해 온 "감염인 인권회복을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나, 혹 출연하는 가수 분들이 인식이 조금식 변해감을 느끼지만, 처음에 가수들을 섭외할 때는 혹 '내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라는 소문이 날 수 있다면서 모두들 출연을 기피하였다. 예전에 주현미가 에이즈 관련 민간단체에 기부금을 내었다가 감염되었다라는 소문에 시달린 것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된다.
인권 회복을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타이틀에 대해 늘 고민을 하게 된다. 인권이란 무엇이고 누가 누구에게 주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끊기지 않는다. 인권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생명·자유·평등 등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나온다. 태어나면서부터 마땅히 가져야 하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에이즈라는 질병을 갖게 됨과 동시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는 현실에 서글픔을 느낀다.
감염인이 되었다고 어떠한 특별한 대우나 특권을 바라지도 않지만, 그저 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그러는 것이 당연함이 감염인에게도 함께 적용되어 감염인 역시 사회 구성원임을 깨닫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누가 그랬던가 진정한 아픔은 눈에 보이는 육체적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라고
이제는 서로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한다.
Let's Hug Togethe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