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어떻게 게이의 병이 되었나
1981년 6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고틀리브 박사는 역사상 처음으로 에이즈 관련 기사를 작성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자들은 고열과 체중감소 증상을 보이다 봄 무렵 희귀한 폐렴에 걸렸다. 모두 동성애자들이었다. 나는 동료 의사와 함께 이 사실을 질병통제센터(CDC)에 보고했고, 다른 의사들도 유사 사례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은 시작점이다.
1980년 10월부터 81년 5월까지 로스앤젤레스의 병원에서 5명의 남성이 카리니폐렴의 증세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 해 7월에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는 26명의 남성이 카포시육종이란 병명을 진단받았으며 이 중 4명은 카리니폐렴에 걸려있었다. 그 후, 미국 전역에서 같은 증세가 확인되기 시작했고 점점 보고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모두 남성 동성애자였다. 카리니폐렴과 카포시육종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이 병이 매우 희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성인 남성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보였기 떄문이다. 카리니폐렴은 카리니라는 원충에 의한 병으로 보통 사람들은 걸리지 않고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나 고령자에게나 보이던 병이었다. 카포시육종 역시 피부나 점막, 임파선 등에 발생하는 매우 발생률이 낮은 암이다. 결국, 이들 환자들을 검사하던 의사들은 면역시스템이 매우 저하되어 보통이라면 걸리지 않을 병이 쉽게 발병하는 것을 알아냈으나 언론 등을 통해 이미 게이암(gay cancer), 게이관련면역결핍(Gay Related Immune Deficiency=GRID)등의 이름이 쓰이고 있었다.
사실 1981년 8월에 이미 어느 여성 마약복용자의 카리니폐렴 발병사례도 있었으나 무시되었다. 사람들은 난잡한 섹스를 하고 신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게이들이 받는 형벌쯤으로 생각하고 에이즈에 무관심했으며 수많은 이성애자들이 자신들은 결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콘돔 없이 섹스를 즐겼다. 불과 1년 뒤인 1982년 7월, 공식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AIDS)으로 명명되고, 혈우병환자, 이성애자의 발병 보고가 잇따르면서 에이즈는 게이들만의 병이 아니라 누구든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혀졌으나 한번 자리 잡은 편견과 오해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편견이 사라지지 않듯 초기의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판단을 내린 경솔함이 가져 온 비극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초기에 기울였어야 할 예방과 대처의 노력을 게이들을 비웃는 일에 써버리느라 에이즈는 급속히 확산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니. 지금도….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부대표 한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