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의 동성애자를 위한 에이즈 정책
일본의 수도 동경. 동경시는 동성애자들의 에이즈 예방을 위해 어떤 정책을 쓰고 있을까? 앞으로 서울시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한번 옆 나라 사정을 살펴보자.
일본은 먼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이 동성애자 NGO 단체와 일곱 번의 연속 간담회를 가진 후 그 결과를 토대로 2003년 3월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큰 새로운 기획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남신주쿠 검사실의 주말 운영’과 ‘드롭인 센터(DROP-IN CENTER)’다.
동성애자들을 위한 업소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신주쿠의 남쪽에 검사실을 만들어 동성애자들이 쉽게 HIV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이전엔 주말에 운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실제 주말을 이용해 신주쿠를 나오는 동성애자들에겐 큰 불편이었고, 결국 동성애자 단체들의 지적에 의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주말에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에이즈 예방의 효과는 정보 취득이 용이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명 ‘드롭인 센터’가 기획되었다. 이것은 에이즈예방재단이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가볍게 들어와 HIV와 AIDS에 대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고 또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콘돔 배부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리플렛부터 각종 관련 도서 등의 자료 열람, 그리고 휴일이나 밤 시간대의 기획된 워크숍 참여까지 가능하다. 주변 게이 업소의 사장이나 직원들을 비롯 동성애자들이 오가며 잠시 쉬었다가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등 사람들로 하여금 신주쿠에 나오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변화는 정부가 정말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을 하려면 어디에 예산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령 남성 동성애자의 HIV감염률을 낮추려면 기획과 실무를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와 소통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핸드폰과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 더 이상 ‘신주쿠니쵸메'가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전부일 수 없다. 그러므로,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NGO)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 예산에서는 ‘에이즈 대책 연구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여기엔 의학적인 연구와 동성애자 커뮤니티 계발 사업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동성간 에서의 HIV와 에이즈의 동향은 어떠한지, 어떻게 하면 예방효과가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남성 동성애자들이 원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콘돔 배포, 워크숍, 이벤트 등을 열어 연구 작업 자체가 커뮤니티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2003년에 동성애자 에이즈예방팀인 ‘iSHAP'이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iSHAP'이 매개가 되어 동성애자 인권활동가들이 에이즈예방단체나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에 보다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시작이 정말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 정책을 낳는 길이 되도록 서로 견제하고 또한 협력하는 자세로 계속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부대표 한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