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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욱] 증상이 아닌 검사로

관리자 | 2004.01.05 11:13 | hit. 4999 | 공감 0 | 비공감 0

동성간의 성관계가 있는 이반들이라면 단 한번이라도 막연하게나마 HIV/AIDS에 대한 의심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위험한 행위가 없었어도 동성간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로 근거없는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이라도 아프면 이런 의심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별다른 이유없이 살이 빠진다거나, 피부질환에 걸렸다거나, 독감이나 감기에 걸렸거나, 입이 헐거나 하면 감염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불안해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서 아픈 것이 없어지면 잊어 버렸다가 다시 나중에 몸이 아프면 “혹시...” 라는 막연한 의심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반들은 애인이나 섹스 파트너를 고를 때 이러한 외모를 보고 감염이 의심되는 듯한 사람을 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 보인다거나, 너무 심하게 말라 보인다거나, 피부에 무엇이 났다거나 하면 일단은 제쳐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다시피 외모나 증상으로는 감염여부를 알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증상”으로 자신이나 상대방의 감염에 대한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증상으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매우 희박할뿐더러 매우 위험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감염 여부는 오직 검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반들은 검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담자들에게 왜 검사를 받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감염되었으면 어떻게 하는가?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한 불안감은 계속 가지고 있구요. 몇 년 전에 어머니가 이유없이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하도 아파하길래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러다가 암이라고 판정받으면 어떡하냐? 겁나서 진찰 못받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병원에 가지를 않는 것입니다. 좀 답답하지요. 혹시 암일까봐 불안은 하면서도 병원에 가서 진료는 받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답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료를 받아야 암인지 아닌지 알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진료를 받아서 암이 아니라면 좋은 것이고, 혹시라도 암이라면 빨리 치료를 해야지요. 나중에는 결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서 별다른 질병은 아닌 것으로 판정이 났지요. 일부 이반들이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가 저의 어머니가 진료를 받지 않은 이유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고, 막상 검사를 받자니 결과가 두렵고... 그래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잊어버리는 것이지요. 즉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이 검사를 통해서 음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HIV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매스컴에서 에이즈에 대한 기사를 다루면 불안에 떨다가 시일이 어느 정도 흐르면 잊어버리고, 그러다가 몸이 아프거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서 에이즈에 관해 접하면 불안해 하고... 이 패턴의 반복이 일부 이반들의 HIV/AIDS에 관한 처신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처신은 매우 비논리적이고 일관성도 없는 것입니다. ‘병’에 대한 두려움은 ‘잊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물론 일부 이반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염이 되었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 몸은 어떻게 되는가, 가족과 주변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다니는 직장은 다닐 수 있는가, 주변 사람들이 알게되면 혐오감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을까등등의 복잡한 문제로 인해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잊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검사는 의외로 쉽습니다. 다음의 몇 가지 지침을 유념해 두시면 검사를 받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째, HIV/AIDS 감염은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의외로 매우 어렵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입니다. 비감염인들간의 관계로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감염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염인과의 성관계에서는 콘돔을 사용한다면 감염되지 않습니다. 또한 감염인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무방비 상태에서의 성관계에서도 무조건 감염되지는 않습니다. 감염인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한번의 성관계시 감염확률이 0.1-1% 정도입니다. 매우 낮지요. 물론 이 확률 수치는 백번의 성관계를 해야 감염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 한번의 성관계로도 감염은 될 수 있지만 그 확률이 0.1-1% 정도라는 것이지요. 둘째, 검사는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받는 것입니다. 즉 “양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검사를 통해서 ’음성‘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양성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음성임을 확인하여 HIV/AIDS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세이프 섹스에 대한 실천의 계기를 삼을 수 있기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HIV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은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안심과 더불어 앞으로는 반드시 세이프 섹스를 해야겠다는 결심입니다. 검사하면 정말로 편안해집니다. 셋째, 만의 하나 양성으로 판정이 나왔다고 해도 감염이 곧 죽음을 의미하거나 사회에서의 퇴출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HIV/AIDS는 이미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적절한 관리와 치료만 있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 일상 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지요.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을 해야 치료가 쉽고 건강을 유지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감염이 되었다면 빨리 감염사실을 알아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검사를 미루다가 나중에 발병으로 인해 감염사실을 알게 된다면 비밀보장도 어려울뿐더러 치료도 매우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검사를 받으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검사를 받으면 훨씬 더 건강하게,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홍민욱 (iSHAP 전문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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